⭐ 이해하려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책
귀여운 표지 디자인과 다르게, 이 책은 재난을 소재로 다룬 김초엽 작가의 첫 SF 호러 소설이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관광을 떠나는 다크 투어리스트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처음엔 저자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책의 엔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등 많은 의문이 많이 남았다.
책의 주인공인 유안은 장애를 가지고, 실제 신체와 자신의 감각 사이에 괴리를 느끼는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나는 이 책을 포함해서 장애를 소재로 하는 에피소드는 항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만 이렇게 이해를 못 하는 건지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후기를 살펴봤더니 다들 비슷한 감상인 것 같다. 작품 해설에서는 책의 서사에서 ‘왜 재난을 그토록 재현하면서 반복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고 하는데, 난 책의 주제가 ‘진정한 이해’라고 생각했다.
다리를 잃은 무용수 ‘유안’에게 ‘한나’는 “상실을 딛고 일어서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 지닌 최고의 능력”이라며 재활을 돕는다. 재활을 통해 다시 예전처럼 무용을 할 수 있게 된 유안을 보며 한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유안 너는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야” 라며 칭찬하지만, 유안은 반대로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해’라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라고 생각해 왔다. 상대방의 행동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나였어도 그렇게 행동할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이해한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이해’는 나를 완전히 제외하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행위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한나는 유안을 가짜로 이해(능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이해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의 끝을 파국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고 했다. 실제로 책에서 ‘재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는 척’, ‘재난 피해자들을 이해하는 척’ 하는 인물들은 비극을 맞이하고, 결말도 주인공의 선택이 해피 엔딩으로 이어질지 새드 엔딩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게 끝난다. 가짜 이해를 했던 인물들은 전부 비극을 맞이했다. 결말이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고민했던 내 행위는 가짜 이해(능동)였다. 그냥 주인공의 선택을 판단 없이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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